우리말의 ‘같이’는
영어의 ‘like’와 ‘with’의 뜻을 함께 갖는다.
뭐든 당신과 ‘같이’하면
결국엔 당신 ‘같이’ 된다는 뜻일까. *
당신은 올 한해 어떤 책과 같이 했나요?
누군가는 읽은 책의 제목과 권수를 헤아릴 테고
다른 누군가는 책 속 문장을 다시 읊어보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책을 읽고 느꼈던
단상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책으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기억들은
삶의 빈 페이지 한 문장, 한 문단을 채웁니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언젠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이라는 것을. *
언제나처럼 책과 같이한 우리 모두에게
책과 같은 일상을 선물하고 싶은
12월의 월간서가입니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에서
물건들을 봅니다.
그중 유독 마음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습니다.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였는지,
그래서 얼마만큼 특별한지 이야기가 절로 나옵니다.
나름의 정의를 내려봅니다. 이건 내게 그런 의미라고.
어떤 사물은 은유(metaphor)를 통해
저마다의 의미와 분위기를 지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물건들을 되짚어가 보면,
일상 물건들이 나의 취향과 가치가 담긴
하나뿐인 나만의 오브제(objet)가 되어갑니다.
자 이제, 누군가 당신을 알고 싶어 한다면
보여주세요. 당신의 사물을.
분명 처음 보는데,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분명 나와 다른데,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아 보입니다.
두려움과 혐오, 잔혹함과 원망.
우리가 외면해온 이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면,
바로 요괴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그저 기괴하고 무섭게만 보였던 이 녀석들이
생각하면 할수록 짠하고, 또 왠지 모르게 귀엽기까지 합니다.
요괴를 만난다면, 요괴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이 낯선 친구들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에게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요괴를 만나면
너무 놀라지 말고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Hello, stranger!
크고 작은 기로에 선 순간.
이 길은 어떤지, 저 길은 어떨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것,
결정하지 않음으로 결정하는 것뿐입니다.
뭘 해도 후회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루고, 유예하는 이 모라토리움의 시간 안에
잠시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그 안에서 다른 이들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그러다 보면 또 모르죠. 나 자신이 보일 수도, 그래서 확신이 생길 수도.
타인의 결정을 자신의의 선택이라 착각한 채 살아왔다면
우리 다시, 모라토리움으로!